쌀쌀해진 밖에서 따뜻한 집 안으로 들어와서일까 평소보다 포근하게 느껴지는 공간에 절로 긴장이 풀려온다. 아무리 기온차가 있다지만 그 이상으로 훈훈한 집안 공기에 의아해 거실을 둘러보자 역시나 아닐까 히터에 전기장판까지 킨 채로 누워있는 자그마한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.
주변에 쌓인 껍질만 남은 귤과 과자의 흔적, 널브러진 게임기와 스마트폰. 거실을 엉망으로 만든 덩어리가 얼마나 방탕한 시간을 보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.
누군 돈 벌어오느라 추운 날 하루 종일 밖에 있었는데 누군 집에서 전기장판 위에서 게임만 하고 있어?
이불을 살짝 들춰보자 괘씸한 녀석의 얼굴이 보여온다. 남의 맘은 모른 채 저 같은 고양이를 끌어안고 색색 숨을 내쉬며 잠든 모습. 볼을 살짝 꼬집자 따끈하고 말랑한 볼살이 손가락을 따라 주욱 늘어난다. 마약과도 같은 그 감촉에 작정하고 양손으로 죽죽 늘리자 미간에 주름이 생기며 꼭 감겼던 눈이 슬그머니 열렸다.


"...... 하지 마..."
"싫다면?"
"........ 같이 잠 안 잘 거야."
"미안하지만 그걸 결정하는 건 나야."


무어라 칭얼거리는 소리는 가볍게 무시한 채 몇 번 더 당기자 이내 체념한 듯 우울한 눈이 저를 바라볼 뿐이었다. 티는 나지 않지만 심통난 녀석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귀엽다. 그대로 놓아주자 애꿎은 고양이의 젤리를 괴롭히는 게 더더욱.
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젤리 공격에 마찬가지로 심통이 난 듯 도망가버린 고양이와 홀로 외롭게 남아있던 귤을 까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. 그렇게 이불속에 박혀 먹기만 하면 살찐다. 난 살 안 쪄. 시답지 않은 대화를 하며 녀석이 있는 이불속으로 들어오자 뭐냐는듯 노려보는 시선이 따라온다.


"아까 볼 주무른 사과."
"난 이런 거 필요 없는데."
"내가 사과라면 사과인 거야."
"꼰대 새끼."
"응 그거 네 애인이야."


말로는 필요 없다 하지만 먼저 품속으로 파고드는 꼴이 우습다. 아직 데워지지 않아 바깥의 냉기가 남은 손으로 뱃살을 만지자 또 얼굴을 찡그리지만 도망가지는 않는다. 어린 몸이라 그런가 볼 뿐만 아니라 말랑말랑한 배가 손에 달라붙었다. 역시 살이 좀 찐 거 같은데. 아니라며 씩씩대는 녀석의 대신이라는 듯 어느새 다가온 고양이가 머리에다 솜방망이질을 한다. 허, 어이없음에 고양이를 올려다보는 사이 작은 손이 잽싸게 자신의 배 위에 올려진 커다란 손을 빼냈다.
제가 언제 때렸냐는 듯 모르는 채 하는 고양이가 하품을 쩍 하고, 품 속의 다른 고양이는 골골대며 가슴께에 머리를 부벼온다. 데워진 작은 몸의 온기를 그대로 받고 있으니 일거리에 치여 피로에 찌들었던 몸이 점점 늘어졌다. 나른한 오후였다.

'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[엘소드] 미네매패 - 나른한 오후  (0) 2018.11.19
[엘소드] 미네매패 - 뻔뻔함  (0) 2018.04.18
[엘소드] 둠브매패 - 파란색  (0) 2018.03.10
[엘소드] 디에 - 홀수  (0) 2018.01.02
[엘소드] 마마디에 - 방관  (0) 2017.08.03
[엘소드] 루사디에 - 장갑  (0) 2017.06.18

+ Recent posts